왕필 — 있음은 없음에 뿌리를 둔다

Wang Bi · 226 — 249 · 중국 위 · 현학 · 동양 철학

있음은 없음에 뿌리를 둔다

스물셋에 죽은 왕필이 남긴 『노자주』와 『주역주』는 무(無)를 결핍이 아니라 모든 있음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으로 읽어낸다. 그릇은 비어 있어서 담을 수 있고 바퀴통은 뚫려 있어서 돌아간다는 노자의 비유를 형이상학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가 다룬 또 하나의 문제는 말과 뜻의 관계다. 말은 상(象)을 드러내고 상은 뜻(意)을 드러내므로, 뜻을 얻었으면 말을 잊어야 한다고 했다. 물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잊는다는 장자의 비유를 해석 방법론으로 바꾼 것으로, 동아시아 주석학의 기본 태도가 됐다.

위진 시대 현학(玄學)은 후한 말의 혼란 속에서 경학의 번쇄함을 벗어나려는 지식인들의 사유였다. 유가 경전을 도가의 언어로 읽는 이 작업이, 곧이어 들어온 불교의 공(空) 개념을 중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왕필이 없었다면 중국 불교의 모습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영향을 받은 인물: 노자, 장자

영향을 준 인물: 주희 (주자)

시대: 헬레니즘과 고대 후기 (BC 300 — AD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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